
*본 소설은 창작소설이며 운국의 이전 시대를 우리나라의 뿌리인 환국으로 각색하여 만든 창작물 입니다. 게임 블레이드 & 소울 스토리와는 별개로 매우 다를 수 있으며, 운국 이후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게임 스토리와는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또한, 본 소설의 타이틀인 환화(桓花)는 환인의 꽃이라 불려온, 당시 온 백성들이 사모했던 꽃으로, 그 겨레가 이어져 오늘날 우리나라의 국화가 된 바로 무궁화의 옛말 입니다.*
1장, 5화.
선비국의 장강(長江)을 따라 환백(晥伯)의 대안전으로 향하던 석제임 환인에게 일련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태호복희의 봉화조(烽火組)로, 태호복희의 그림자다. 석제임 환인이 환백 방향으로 이동 중이라는 정보를 얻은 태호복희가 서둘러 봉화조를 편성하여 석제임 환인을 마중한 것이다. 그런 봉화조의 호위를 거부하지 않은 석제임 환인은 봉화조를 따라 대안전으로 다시금 향했다.
그렇게 봉화조에게 호위를 받으며 대안전으로 향하던 석제임 환인에게 마물에게 쫓기는 한 사내가 달려왔다.
"도, 도와주십시오!!"
다급한 목소리로 마물에게 쫓기던 사내는 석제임 환인을 보호하기 위해 사내를 막아선 봉화조에 의해 길목을 차단 당했다. 그리고 탁기로 물들인 마물은 그런 사내와 봉화조를 한꺼번에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라져라."
자신들을 공격해오는 마물에게 칼을 뽑아 대응하려던 봉화조들은, 마물의 전신이 갑자기 터져버리자 조금 전 말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석제임 환인의 한 마디였다는 것을 되새긴 봉화조들은 간담이 서늘했다. 그리고는 석제임 환인을 호위하며 시체라고 볼 수 없는 피덩어리를 지나쳐 다시금 발걸음을 옴겼다.
"자, 잠시만요! 어머니를, 어머니를 구해주십시오, 마님!"
"이놈! 이분은..."
"됐어요. 당신의 모친이 계신 곳으로 가도록하죠."
사내가 석제임 환인의 치맛자락을 붙잡자 봉화조가 칼을 빼들려했다. 하지만, 20리만 가면 환백의 구역에 들어서기 때문에 급할게 없던 석제임 환인으로서는 사내의 부탁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봉화조를 무마시킨 석제임 환인은 사내를 따라 사내가 도망왔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옴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들은 사내가 사는 작은 마을에 다다랐다. 그리고 참혹한 관경에 봉화조는 물론 석제임 환인도 저절로 고개가 돌아갈 지경이였다. 너무나 심각했고 애, 어른 할 것 없이 무차별이였다. 그때 사내가 어머니를 찾으려는지 연신 모친을 불러댔지만, 누가 봐도 살아있을 사람은 한명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곧 사내의 집으로 다다랐을때 사내의 어머니로 보이는 시체 한 구만이 있을뿐, 사내의 부름에도 끝내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런 그때 사내의 울부짐을 듣고 몰려든 십수의 마물들로 주위가 아수라장이 되버렸다.
봉화조가 다시금 석제임 환인 앞으로 나서며 칼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봉화조나 마물이 덤벼들기도 전에 사내가 울분을 터뜨리며 주변에 있던 쇠스랑을 집어든 채 마물에게 달려들었다. 봉화조가 서둘러 말리려 했지만, 이미 사내는 마물에게 근접해 있었다. 마물에게 달려들던 사내에게 다른 마물들이 포위하듯 감싸아버렸고 사내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석제임 환인이 다시 한번 나서서 마물들을 정리하기 위해 봉화조를 물린 그때, 놀랍게도 사내가 마물들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마물들에게 당해 죽은 줄 알았던 봉화조들은 새삼 놀랐지만, 석제임 환인은 유심히 사내를 지켜볼 뿐이였다. 그렇게 마물들을 쓰러뜨리던 사내는 거기까지였다. 쓰러뜨리긴 했지만 죽일만한 힘은 가지지 못했다. 잽싸게 일어선 마물들은 다시금 사내를 죽이려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석제임 환인이 나서며 마물들을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당신. 선골이 뛰어난 줄은 아까 봤을때 알아차렸지만, 잠재된 내공(內功)이 상당하군요."
사내를 유심히 바라보던 석제임 환인이 희미한 웃음을 지우지 못한 채 사내를 더욱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지만, 사내는 어미를 잃은 슬픔과 살아남은 안도감에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당신들은 재상(宰相)에게 돌아가 이 일을 보고 하고, 이 마을을 장사(葬事)할 사람들을 보내세요. 전, 이 사람을 데리고 숙신으로 갈테니."
"하오나, 한님이시여. 재상께서 서둘러 모셔오시라고 어명(御命)을 받았습니다."
어명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말하는 봉화조의 우두머리, 신농(神農)은 갑자기 온몸을 짓누르는 엄청난 기운에 저절로 무릎이 꿇어졌다.
"제 명은, 재상보다 낮다는 건가요?"
석제임 환인이 신농뿐만 아니라 봉화조 전부를 신력으로 짓누르자 봉화조들은 숨쉬기도 힘들었다. 그때 신농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런 뜻이 아니오라..."
"그럼, 가서 제 말을 전하세요. 재상에게는 조만간 찾아갈테니."
그렇게 말하고는 신력을 풀어버린 석제임 환인은 정신을 잃은 사내를 군마에 태운 채 숙신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신력이 풀려 몸이 자유로워진 봉화조들은 그런 석제임 환인을 바라보고는 곧 자리를 떠났다.
"그때와 같구나. 그 '아이'도 이 사내와 같았지..."
6년전, 삼위산 결계가 소멸할 그때, 예진궐 깊숙한 지하에서 7대 환인들이 숨겨둔 천강주환도(天降主環刀)가 땅을 뚫고, 천주전을 뚫고, 천지를 뚫으며 삼위산으로 날아갔다.
천강주환도.
천강주환도는 훗날, 운국(運國)과 풍제국(風帝國)에서 서로 탐하며 취하려는 귀천검(歸天劍)으로 이름이 바뀐다. 어떻게 이름이 바뀌어 버렸는지 그 누구도 아는 사람은 없다. 단지, 구미호가 관련되어 있다는 얘기만 전해질 뿐. 하지만 이는 천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천강주환도가 사라지자, 환인들은 가장 빠르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석제임 환인을 칼을 쫓아 삼위산으로 보냈다.
그리고 칼이 향한 그곳에서는 결계에서 자유로와진 마제(魔帝)와 마인들이 차원의 틈새에서 빠져나온 상태였고, 그 앞에서 한 사내가 몸은 살아 있으며, 정신을 잃은 채 마인들을 소멸시키고 있었다. 그 사내는 유해였다. 하지만, 이때까진 석제임 환인은 사내가 유해인지 몰랐다.
"이거, 놀랍군요. 우리 7명 말고도 천강족 사람이 살아있었을 줄이야."
사내를 바라보며 너무도 놀란 석제임 환인은 어째서 칼이 이곳으로 이끌리듯 날라왔는지 아직까지도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때, 마제가 석제임 환인을 바라봤다.
"석제임."
하늘에 떠있는 석제임 환인을 바라보며, 마치 오래전 벗을 만나는 듯한 얼굴로 웃음을 자아냈다.
"오랜만이군요, 계명성(啓明星). 여와(女娃)는 잘 지내던가요?"
마치 비웃듯이 웃음을 지으며 얘기하는 석제임 환인에 화가난 마제, 계명성이 이빨을 들이세웠다.
"여전히 시끄러운 계집이군. 네, 년이야 말..!"
계명성과 석제임 환인이 서로 죽일 듯이 틈을 노리던 그때, 정신을 잃은 채 사리분별 못하며 마인을 죽여나가고 있었던 유해가, 계명성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계명성에게 달려가다, 땅에 꽂힌 칼을 집어들며, 그 반동을 이용해 그대로 찔러들어갔다. 그리고 곧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하얗디 하얀 순백의 칼은 유해의 손끝부터 시작해, 칼끝까지 그 칼의 형태가 점점 변했다. 이윽고, 완전히 형태가 변하고, 순백의 칼날이 푸른 하늘과 같아졌을때 칼끝에서 갈라진 바람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유해의 몸을 감싼 채 사방을 휘몰아쳤다. 사방으로 흩어진 바람은 곧 화마(火魔)로 변하여 큰 폭발과 함께 무엇도 남기지 않고 사방을 불살라버렸다. 그리고 유해의 칼끝이 계명성에 다다라 왼쪽 가슴을 관통했고, 곧 조금 전 폭발보다 더 큰 폭발과 함께 계명성의 왼쪽 팔과 가슴이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때 석제임 환인이 나서며 폭주한 유해를 진정시키기 위해 기절시켰다.
"휴-. 다행이 늦지 않았네."
석제임 환인이 폭주하던 유해를 기절시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채로 폭주하던 유해의 몸에서 혈류가 타들어가 증기를 유발하며 온몸을 혹사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명성에게 일격을 가할때 터진 폭발에 영향이 유해에게도 있었기 때문에 지금 막지 못했다면 사지가 터졌을 것이다.
"하아.. 하아.. 아수라지강(阿修羅至剛)을 너무 쉽게 뚫어버리다니. 대체, 저놈 정체가 뭐냐."
자신의 몸의 반치가 소멸되어 힘겹게 입을 열던 계명성은 조금 전 겁먹던 애송이와는 다른 유해를 바라보며 없어진 상체를 어루만졌다.
"... 저도 궁금하군요. 당신을 걸레짝으로 만든 이 아이에게."
"뭐라고?! 이년..! 윽-! 하아.. 하아.."
석제임 환인의 도발을 못이겨 상당히 고통스러운지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인상을 찌푸린 채 경계를 풀지 않는 계명성. 반면, 강하게 나가긴 했지만 석제인 환인으로서도 모르는 일 투성이라 당황하기로는 계명성보다 더 심했다. 그도 그럴것이, 천계의 천마대란때 천강족 10만 대군을 이끌고 5명의 마제들과 싸울때도 아수라지강이라는 마제들의 특수한 강기 때문에 타격도 제대로 입히지 못한 채 수많은 희생을 치뤘던 뼈아픈 기억을 가진 석제임 환인이였기에 이해할 만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혼란스러울 그때, 화마가 사그러지기 시작하자 다시금 차원의 틈새에서 마족들이 몰려 나오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위험해. 몸의 절반이 없다고는 하나, 명색의 마제다. 나 혼자서로는...'
"거래를 하는게 어떤가요? 지금 상태로 나와 싸운다 한들 당신한테 득 될 것이 없을테니."
"하! 이런 몸뚱이라고 해도, 네년 하나 죽이는데는 무리가 없는데, 내가 왜 그래야만 하지?"
어느새 계명성 주위로 몰려든 마인과 마수들 때문에 다급해진 석제임 환인은 필사적으로 내색을 숨긴 채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계명성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이라면 가능하겠지만, 곧 있으면 이리로 올 다른 천손인(天孫人)들을 잊은건 아니겠죠? 3천년전 천계에서, 그리고 24년전 이곳에서 저희에게 당한 수모를 또 당하고 싶진 않겠죠."
등줄기에 식은땀을 삼키며 담담한 어조로 계명성에게 말을 하는 석제임 환인.
천손인들이란, 천손민족으로, 천강족의 족장을 일컸는다. 천마대란때 많은 족장들이 죽임을 당하며, 단 7명의 족장들만이 살아남아 하계로 내려온 천강족의 천손인들이 바로 환국의 7대 환인들이다.
몸이 멀쩡했으면 모를까 정상이 아닌 지금, 다른 환인들까지 가세하면 정말로 위험해질 것 같자, 계명성이 석제임 환인의 거래에 응했다.
"뭐, 좋다. 하지만, 시간 문제라는 것은 네년도 잘 알테지. 기대하라고, 석제임."
그렇게 석제임 환인을 비웃으며 마족들을 데리고 차원의 틈새로 돌아가던 계명성은, 다시금 석제임 환인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참. 그 애송이 천강족놈은 걱정 않해도 될거다. 다른 마제놈들한테 얘기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좋을 대로 키워보라고. 하하하!"
"뭐?"
그렇게 계명성과 마족들은 차원의 틈새로 들어가 자취를 완전히 감췄다. 하지만, 마지막에 얘기한 계명성에 저의를 이해하지 못한 석제임 환인은 멍하니 서있을 뿐이였다. 그리고 곧 잊고 있었던 결계에 대해 떠오르기 시작하자, 서둘러 차원의 틈새에 결계를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째서 인지 결계가 일정구도 이상 증가하지 못했다. 만물의 이치를 담고, 우주의 근원을 담긴 천손인의 결계가 구름이 흩어지듯, 오히려 점점 약해져만 갔다. 마치, 누군가에게 흡수되듯이 말이다.
결국, 결계의 중요성을 알지만 무용지물이라 판단한 석제임 환인은, 유해를 데리고 예진궐로 향하기 위해 천강주환도를 집어들며 하늘을 달릴 준비를 했다. 그때, 선계의 기운에 이끌린 석제임 환인의 시선이 태백진군의 시체에서 멈췄다. 직감적으로 이들이 선계에서 왔다고 깨달은 석제임 환인은 태백진군의 두(頭)를 가지고 예진궐에 가지 않고 파내류산으로 향했다. 선계로 가야 하는게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파내류산에서 해모수와 태륜선사를 만나 두 사람을 건네주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해모수님."
"예."
두 사람, 유해와 태백진군을 편안한 곳으로 옴기러 간 태륜선사를 놔두고, 석제임 환인이 해모수에게 천강주환도를 건넸다.
"언젠가, 저 아이가 마음을 추스리고 선계를 떠날때. 이 칼을 주세요."
"이 칼은..?"
해모수가 칼날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궁금하다는 듯 눈빛을 주었다.
"천강주환도... 아니, 더 이상 그렇게 부르지도 못하겠지. 이 칼은... 삼라만상(森羅萬象)과 신(神)의 의지가 깃들여진, 저희들의 칼입니다."
유해가 집어들며 그 형태 자체가 변해버려, 본연의 모양을 잃은 천강주환도를 바라보던 석제임 환인이 해모수에게 칼에 대해 상세히 얘기해주었다.
허나, 칼에 대해 선대 족장들에게 전해내려온 얘기들만 들었던 것이 전부였을 뿐, 석제임 환인이나 다른 6명의 환인들도 천강주환도를 제대로 알 지 못했다. 하지만, 삼라만상의 이치와 신의 의지가 깃들여진 칼이라는 두 가지만은 사실이였다.
천손인들에게만 전해지며 평범한 천강족들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한 이 모든 것을 해모수에게 전해주는 이유는, 해모수와 석제임 환인은 서로 연모하는 사이였기에 해모수를 가장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한명은 국상으로 환인들을 받들어야 하는 나라의 대표이고, 한명은 천하를 관리하는 환인이다 보니 이루어질래야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였고, 그렇기에 두 사람의 감정은 날이 갈수록 더욱 애틋해져만 갔다. 훗날, 사람들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 연모지정(戀慕之情)이란 단어를 만들어 두 사람을 기리며 애틋한 사랑을 하는 연인들에게 쓰인다.
"그 칼이 저 아이를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거에요. 그러니, 부디..."
"걱정 마십시오. 당신과의 약조는 결코 잊지 않으니까."
같은 천강족 사람인 유해를 걱정하는 눈빛을 본 해모수가 그런 석제임 환인에게 안도감을 심어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석제임 환인은 선계를 떠났다. 예진궐에 돌아온 석제임 환인은 다른 6명의 환인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지만, 그렇게 되면 차원의 틈새에 심각성을 깨닫기보다도 천강족인 유해에게 시선을 둘것이 뻔하였기에 스스로 감추었다. 칼의 변화에 관해서도, 유해에 관해서도, 결계를 제외한 모든 사실들은 그렇게 비밀로 6년이 흐른다. 그리고 매년 늦가을이 시작될 무렵에 주신궐에 찾아와 해모수에게 유해의 안부를 전해듣던 석제임 환인이였다.
"지금쯤이면 해모수님도 선계에서 내려왔을테지. 유해의 모습이 궁금하구나."
그렇게 옛 기억에 잠겼을때, 군마에 매달려가던 사내가 깨어났다.
"일어났나요?"
달리던 군마를 멈추고 사내의 상태를 살피던 석제임 환인에게 말에서 내려와 어안이 벙벙한 채로 사내가 동문서답하기 시작했다.
"어딥니까, 여긴? 제가 왜 말에, 어머니는..? 어머니는... 그랬지... 제기랄-!"
또다시 울분을 토해내는 사내를 지켜보던 석제임 환인이, 그런 사내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도와주셔서..."
사내가 고마움을 표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마을에서 그 누구도 구해주지 못한 죄책감에 석제임 환인은 마음이 아팠다.
"저를 마을로 돌려보내주십시오.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에게 무덤이라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마물들에게 도망치며 마을을 벗어난 사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며, 자신을 기다렸을 마을 사람들에게 하다못해 돌무덤이라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읽은 석제임 환인은 다시금 사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재상이 사람을 보낼거에요. 양지바른 곳에 더 좋은 무덤을 만들어 줄 겁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보다, 당신. 이름이 뭔가요?"
자신이 직접 무덤을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선비국의 재상이 좀더 나은 묘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석제임 환인의 얘기에 다시금 석제임 환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이미 어지러진 몸을 추스리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헌원(軒轅). 헌원이라 합니다."
자신의 이름이 헌원이라 밝힌 이자는 훗날, 환국이 무너질때 내륙의 어지러운 사대륙을 평정하며, 운국을 건설하고 세간으로부터 황제(黃帝)라 불리우게 된다. 운국의 태조(太祖), 황제가 바로 이 헌원이다.
"저는 숙신에서 어머니를 모시며 살았습니다. 올해 여든이 되시어 선비국에 사시는 지인댁에 총초(寵招)를 받아, 이리로 온지 3일째 됐습니다. 겨우 5일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변을 당하다니... 하늘도 무심하다는게 이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침울해하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또다시 눈물을 흘리자, 석제임 환인도 그런 헌원에게 가슴이 아프기는 똑같았다.
"헌원. 당신은 조금만 다듬으면 사람으로서는 얻지 못할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거에요. 당신의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세요. 그리고 혼란스러운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주세요."
"대체.., 당신은 누구입니까?"
"사람들은 저를 한님이라고 부릅니다. 제 이름은 석제임. 편하실데로 부르세요."
화제를 옴길 김에 헌원을 주신궐로 데려가는 진짜 이유를 설명하는 석제임 환인을 바라보던 헌원은, 선비국의 재상을 막 부리듯 부리며, 환족들보다도 나라를 더욱 걱정하는, 눈 앞에 있는 이 여인의 정체를 모르던 헌원이 궁금함을 못 참아 물어보았다. 하지만 여인에게 들러오는 예상외의 답변에 화들짝 놀라며 얼른 절을 올리며 예를 갖추웠다.
"하, 한님!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일어나세요. 갈길이 바쁩니다."
어느덧 해가 중천을 지나자, 예를 차린 헌원을 물리며 군마를 끌어 헌원에게 물려줬다. 그리고 품 속에서 작은 패(牌)를 꺼내 헌원에게 주었다.
"숙신의 주신궐을 찾아가, 국상께 이 명패를 보여주세요. 그러면 국상께서 알아서 하실 거에요. 반드시 무관(武官)이 되세요, 헌원."
석제임 환인이 헌원에게 건네준 패에는 석제임 환인을 나타내는 戊桓(무환)이 적혀있었다. 말과 패를 받은 헌원은 어안이 벙벙한채로 말에 올라탔다.
"하, 하지만..."
"가세요."
말의 목덜미를 두드리자 석제임 환인의 말을 알아듣기도 한 듯이 군마가 힘차게 내달렸다. 그리고 그대로 석제임 환인을 떠나 숙신으로 향했다.
"선골뿐 아니라, 마음까지 순수하구나. 순수하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올라설테지. 저런 사람이 조금이라도 많았으면 마물에게 없어진 마을이 조금이라도 덜했을텐데..."
어느새 저 멀리 사라져만 가는 헌원을 바라보던 석제임 환인은 발걸음을 돌려 하늘로 솟아오르고는, 선비국에 온 목적이였던 태호복희를 만나기 위해 다시금 대안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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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블소 스토리 작가로 대체!!!!!!!
오늘은 또 강릉에 갔다와야하고 에휴 ㅠ.ㅠ...